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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처럼 자라는 슬픔

허용 2010. 4. 22. 00:06
손톱을 깍다가, 그래도 내 몸의 일부였던 손톱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 안의 슬픔이 꼭 이 손톱 같지 않나 생각한다... 언제 이렇게나 자랐는지 모른다. 깔끔하게 잘라내며 시원함까지 느꼈건만 어느새 자라나 사소한 불편함이 잦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제 살을 긁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연필을 쥘 때나 자판을 두드릴 때도 거슬리고 신경 써 다듬지 않으면 주위에 단정치 못한 인상을 줄 때도 있다. 거칠게 놀려 부러지기라도 하면, 그래서 제 모양을 잃어 버리면 더이상 내가 보기에도 불편하다. 자라는 동안 충분한 역할을 했고 내 몸과도 잘 어울렸건만, 그래서 아주 짧았을 땐 오히려 불편하고 아쉬웠건만 이렇게까지 자라게 내버려 두었던 건, 그 쓸모만을 누렸을 뿐 한없이 자라는 녀석의 습성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뭉텅 잘라나가는 모습에 일말의 아쉬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대로 두었다간 이 작은 손톱 때문에 내 일상이 삐걱거릴 수도 있겠다. 은연중 자라나는 손톱처럼 내 안에서 자라나는 슬픔도 그렇게 간수하지 않으면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