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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소식(小食)

허용 2012. 3. 13. 23:54

적게 먹는 게 몸에 좋다는 말. 옳은 소리지만 실천하기는 힘들다. 한창 자랄 때는 마른 체형임에도 꽤 먹는 편이었는데 다 자란 뒤(언제?)부터는 자연스레 먹는 양이 줄어간다. '살림하는 남자'로 1년 여를 지내고 나니 그 양이 더 준 것 같다. 특히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일이 부쩍 준 것도 한 몫을 한다. 내가 만든 음식이건 남이 만든 음식이건 많이 먹으면 몸이 힘들어 한다. 당연하다. 40년 동안 별의별 음식들을 소화시키느라 뱃속의 소화기관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적게 먹고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할 때 느끼는 가뿐함 또한 담담하니 즐길 만하다. 물론 요즘도 공복감이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많이 먹고 무거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다 자란(정말?) 지금, 적게 먹어도 몸은 탈없이 유지되고 가뿐함은 차츰 즐길 만한 감각이 되어간다. 

먹는 것으로 몸이 유지된다면 소위 '마음'은 무엇으로 자라고 유지될까. 아마도 타인들과의 소통이나 교류에서 얻게 되는 관심과 애정이 아닐까 싶다. 타인이 내게 보이는 긍정적인 감정과 그런 감정이 담긴 행동이나 물건들. 음식이 내 몸 외부의 것이듯 그런 관심과 애정들도 오로지 나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만 얻을 수 있는, 이를테면 감정적인 차원의 양식이다. 

적게 먹어도 탈없이 몸이 유지되듯, 이제 타인으로부터 섭취하는 감정의 양식이 적어도 견딜만 하(겠다고 생각한)다. '혼자 사는 남자'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런 적응력이 느는 것 같다. 적은 양의 섭취에도 유지되는 이런 감정의 체력 변화가 생존본능이 강제한 적응인지, 삶의 순리적인 흐름인지에 대해서는.. '자부도 체념도' 없다. 성급한 순응은 아닌지 다만 걱정스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