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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Audience'

허용 2010. 4. 19. 23:05
5월 전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늦은 밤까지 기획안을 짜고 평면도를 그렸다 지웠다 하다가 또(!) 데이브 브루벡 아저씨가 떠올랐다. 'Take Five'를 마지막 곡으로 카네기 홀에서의 공연을 마친 뒤 데이브 브루벡은 청중들에게 인사말을 건넨다. (선물받은 앨범이 당시 공연 실황을 녹음한 거라 그런 멘트까지 들을 수 있다.) 의례적인 인사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나의 심정이 반영되었는지 자꾸 곱씹게 된다. 


여러분은 정말 훌륭한 관객(great audience)이었습니다. 이렇게나 많이 와주셔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면 신문사들이 파업을 하고 있어서 공연장엔 저희들만 올 줄 알았거든요. (청중들 웃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real pride) 자리였습니다.


공부와 달리 전시는 처음부터 보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공부는 혼자만의 희열로도 충분히 동기유발이 되지만 전시는 관객과의 소통이 가장 큰 동기유발 지점이자 일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다. 나 혼자만 재미있다고 떠들어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구나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대학박물관에서 몇 천만원씩이나 들여서 하는 전시가 그저 관장이나 학예사 개인의 가치실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서는 안될 일이다. 열심히 고민하고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지만 객관적인 한계-소장품의 양과 질 따위-를 넘어서기는 힘들다. 찾아오는 관객의 수가 적어서 하는 푸념이 아니다. 소수라도 상관없다. 아니 차라리 소수가 더 좋다. 다만 데이브 할배의 표현처럼 'great audience'를 경험하고 싶다. 그런 관객들을 위한 전시를 열고 나서 'real pride'을 느낄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어쩌면, 혹시 어쩌면 공부도 그런 audience와 pride가 있을 때 힘을 받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