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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나만의 결산

허용 2011. 12. 26. 19:45

힘들었던 만큼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더 즐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직접 본 모습이나 뉴스에서 전하는 모습이나 어느 해보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것 같다. 나는, 이브날 오랜만에 인왕산에 올랐다. 서울에서 지낼 땐 언제건 생각날 때마다 올랐는데, 의정부로 오고나서는 한동안 찾지 못했다. 성곽 복원공사로 항상 가던 등산로가 막혀 있어서 처음 가보는 코스로 올랐다. 거리는 짧지만 예전 길보다 가파라서 추운 날씨에도 땀을 쏙 뺐다. 정상에서 제대로 된 겨울바람을 맞았다. 춥지 않고 시원했다. 자전거를 타기도 힘드니 이번 겨울엔 산에 자주 올라야지, 생각했다. 1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 산행이 아쉬워 내려오는 길은 부러 가장 긴 코스를 택했다. 내려와서는 다시 광화문까지 걸었고, 한산한 산과 달리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역시나 북적이는 교보에서 시집 한 권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어제 크리스마스 날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지는 않았고, 혼자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 지어 먹고 다운받아 놓은 영화 보며 조용히 보냈다.

이제 본격적인 연말이다. 대폭 삭감된 예산 때문에 박물관의 연말은 특별한 일 없이 조용하다. 내년 예산신청도 끝났고 방학 동안엔 일을 벌이고 싶어도 돈이 없어 벌일 수가 없다. 총장이 바뀌었고 관장도 곧 바뀔 예정이다. 그에 따라 박물관 운영위원들도 전부 교체될 것이다. 어수선하다면 어수선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들과 무관하게 일해온 나는 2월 중순까진 한가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오늘은 가만히 앉아 이렇게 저렇게 지난 한해를 돌아보다가 나만의 결산을 해 보았다. 돈이야 결산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으니 생략하고, 거기다 직장에서의 일을 제외한다면 일년 동안 나는 뭘하며 살았나 싶었다. 일단 건조하게 정리해보았다. 자, 2011년 한해 동안 허용은,

6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고
7편의 영화를 다운받아서 봤으며
4권의 책을 사서 읽었고
이미 소장하고 있거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12권을 읽었다.
스터디를 하며 23편의 논문을 읽었고
5개의 새로운 음반을 사서 들었다.
집과 일터가 있는 곳을 벗어나 지방 8곳을 여행했으며
그곳에 있는 21곳의 문화유적을 답사했다.
전국 17곳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람했고
그곳들에서 본 기획전시는 모두 13편이었다.
혼자 간단하게 맥주 한 캔 마신 것까지 포함하면 일주일에 1번은 술을 마셨지만,
그중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거웠던, 기억에 남는 술자리는 6번 뿐이다.
일 때문에 새로 알게된 사람은 많아도,
그중 새로운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1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