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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몸 속의 돌

허용 2011. 12. 12. 16:09
악어의 몸에는 모래주머니가 있는데 그 속에 위석(胃石)이라 불리는 돌이 들어있다고 한다. 위석이라고 해서 닭의 모래주머니에 있는 돌처럼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악어의 위석은 주로 헤엄칠 때 몸의 균형을 잡는 데 이용된다. 큰 악어의 경우 전체 몸무게의 1%를 차지한다고 하니, 몸집이 큰 바다악어라면 10kg에 달하는 돌 덩어리를 품고 있는 셈이다. 몸 안에서 결석현상을 통해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진짜 돌을 집어 삼켜 몸 안에 저장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린 악어에게는 그런 돌이 없다고 하니 결석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제 것이 아닌 돌덩이를 몸 속에 품고 있는데 그게 불편하기는커녕 오히려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단다. 내 몸 속에도 그런 돌이 있을까? 있었다면 이미 맹장을 잘라냈어야 했을테니 아마도 없겠지만, 꼭 진짜 돌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몸 속에 제 것이 아닌 뭔가를 하나씩은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게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일 수도 있고 씻기지 않는 과거의 상처일 수도 있다. 혹은 라캉이 말하는 '욕망'일 수도 있겠다. 돌이 녹아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그가 말하는 욕망 또한 단순히 대상의 획득만으로 결코 충족되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악어는 그 돌로 몸의 균형을 잡는다는데, 내 경우는 주로 잠수하는 데 쓰이는 것 같다.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큰 돌이라 그런가? 적당히 무게중심을 잡고 좌우로 엇나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무게라야 하는데, 그래야 악어처럼 쓸모가 있을텐데 너무 무거워 자주 가라앉는다. 그래도 없으면 안될거다. 없다면 둥둥 떠서 의지와 상관없는 조류에 휩쓸려 버릴 테니까. 해파리처럼 떠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돌을 품고 가라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조류는 거칠고 그걸 헤쳐나가기에 몸 속의 돌은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