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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자전거, 음악

허용 2011. 9. 6. 23:47

가을이다,고 단언할 수 있는 건 이맘때면 늘 보이는 내 몸의 반응 때문이다. 반응이라 하기에는 좀 힘든 면도 없지 않다. 겨울에서 봄으로, 혹은 여름에서 가을로 옮아가는 환절기에 내 몸은 기온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약간의 탈이 난다. 바깥 공기는 차가워졌는데 몸 안의 온도는 여름의 기운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뜨거워서, 둘의 접촉면인 피부에 열꽃이 피듯 두드러기가 인다. 팔뚝과 손등, 연한 허벅지 안쪽 살에 특히 많이 인다. 가렵기도 하고 심할 때는 바늘에 찔리듯 따끔거리기도 한다. 중학교 때부터 보였던 반응이라 이제는 무감하게 넘긴다. 딱히 해결할 방법도 없다. 다만 가을이 더 깊어지기를 혹은 봄이 더 진해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느린 내 몸이 바뀐 계절에 적응할 때까지.

그래도 좋다, 가을이다. 오늘 퇴근길에도 몸은 따끔거렸지만 속으로는 '아~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계절이구나' 하는 탄성이 앞섰다. 가을 저녁녘에 타는 자전거는 저엉말 상쾌하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서, 흘리는 땀이 시원하게 마르는 걸 느낄 때면 몸 속의 쌓인 근심과 지난 여름의 힘겨움과 불안한 내일도 모두 증발한다. 그 순간만큼은 그렇다. 그런 순간을 더 자주 느끼고 싶어 이번 가을에도 자전거 꽤나 탈 것 같다.


가을, 자전거에 어울리는 음악 한 곡. 자전거를 타면서도 듣기에 좋고 자전거 타고 싶은 마음을 한껏 부풀게도 하는, 이병우의 [자전거]. 가만 듣다 보면 다름 아닌 요즘 같은 가을날에 자전거를 타며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싶은 내 맘이 그렇게 느끼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