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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동으로' - 신동문

허용 2011. 4. 24. 23:10



신동문 시인의 평전이 나왔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예전에 노트에 옮겨두었던 그의 시가 생각났다. 신경림 시인이 쓴 [시인을 찾아서]에서 처음 접했었다. 신동문 시인의 시집은 읽어본 적이 없으니 오직 이 시 한편으로만 그를 기억할 뿐이다.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던 시인은 결국 40대 후반에 단양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고 무료로 침술을 베풀다가 1993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내려간 뒤로는 시는 물론 일체의 문필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외지지만 치열하고 정직한 삶을 살았던 이들을 기억해 내는 일은.. 숭고한 행위다. 그로 인해 역사는 비로소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노동으로

내 노동으로
오늘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하듯이
바친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던 내 거짓말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릿광대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흰
손가락은
다 무엇인가.
제 맛도 모르면서
밤 새워 마시는
이 술버릇은
다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여
모두가 모두
챙백한 얼굴로 명동에
모이는 친구여
당신들을 만나는
쓸쓸한 이 습성은
다 무엇인가.
절반을 더 살고도
절반을 다 못 깨친
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
미련을 되씹는
이 어리석음은
다 무엇인가.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했던 것이 언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