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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패션

허용 2010. 4. 26. 22:01
자전거도 패션 아이템이 되는 시대다. 나쁠 것 없다. 대개의 패션들이 그렇듯 지금 소비되는 자전거 패션 역시 한 차례의 현상으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쁜 건 생태니 친환경이니 운운하여 쓸모 없는 토목공사의 '구실'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연말에 남은 예산 처리하느라 보도블록 뒤엎는 것과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할 자전거 도로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물론 자전거 관련 행정 중에서도 바람직한 변화는 있다. 하지만 딱 청와대 앞길에서 시작해 삼청동 올라가는 길과 인사동 앞까지만 누구 보란듯이 깔아놓은 자전거 도로를 보고 있자면 도무지 구실로 오용되지 않을 것이 무엇일까 싶다. 녹색도 구실이요, 생태도 구실이요, 국민도 구실이며, 국익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억울한 젊은이들의 죽음까지도 구실로 삼는다. 온통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본래의 가치는 싹 지워버린 채 모든 걸 구실로만 사용하는 지금의 이 구조가 무섭고, 촌스럽다.

아무튼, 패션으로 자전거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그래서 그들 사이에 시크하다고 통용되는 이미지들도 종종 접하게 된다. 심플하고 컬러풀한 자전거와 독특하고 튀는 옷차림의 라이더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진정 시크한 라이더는 한 때의 유행을 맹목적으로 추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요컨대 자전거 패션에 자기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자전거를 자신의 패션에 맞추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패션이야말로 정말로 오래 가는, 생명력 있는 문화가 될 수 있다. 패션이란 그런 저류의 문화를 조금씩 변용하고 가공해서 단편적이고 단기적으로 활용하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역시나 고전classic이 중요하며 상업적인 속성에만 유의한다면 한 때의 유행에서도 배울 게 있는 법이다.

그리하여, 내가 보기에 멋있는 라이더들은 대체로 이런 모습이다. (아래 사진은 덴마크의 어느 블로거가 찍은 것들 중에 고른 것이다. 자전거 문화가 잘 정착된 코펜하겐에 살고 있는 (듯한) 그는 주로 자전거와 관련된 사진과 이야기들을 올린다. 사이트는 이곳. 덴마크 외에도 여러 나라의 '자전거 탄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