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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연애시

허용 2012. 12. 11. 18:51

서울의 겨울 12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내 뺨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돌려주겠네

 

- 한 강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연애시가 잘 읽힌다. 다가올 연말이 두려운 탓인가? 글쎄, 그건 아닌 것 같다. 되돌아 따져보면 내 곁에 아무도 없었던 연말은 없었다. 가족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연인도 있었다. 자취방을 옮기며 혼자 크리스마스를 지낸 어느 해 겨울도 외로움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그때고 지금이고 타인의 자취는 겹겹이 벗겨지는 양파처럼 나를 감싸고 있다. 나는 그 안에 복숭아씨마냥 박혀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내가 그렇게 딱딱한 덩어리로 존재했다면 분명, 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나는, 혹은 몽상가인 나는 언제건 '어느 날'을 그릴 줄 알고, 그 사이 빰에 흐른 눈물이 '살얼음'으로 얼거나 소금물로 증발해도 무심히 여길 줄 알만큼 많이, 살아왔다. 그래서 이렇게 연애시를 읽으며 내 속에 '네 사랑'에게 들려줄 '강물 소리'가 여전히 낮고 잔잔하게 흐르는 걸 느끼는지도 모르겠다.